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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베토벤

  • seoultribune
  • 2024년 6월 2일
  • 2분 분량



오랜 시간 우리는 진지한 표정의 매서운 눈빛과 오똑한 코를 지닌 초상화를 통해 베토벤을 만나왔다. 작곡가에겐 그 무엇보다 치명적인 청력 상실이란 역경을 이겨내고 가장 위대한 음악가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베토벤, 강렬한 인상의 베토벤의 초상화는 우리에게 악성 베토벤을 기억하게 해준다.

그러면 위의 젊은이는 누구일까? 1804년경 베토벤의 지인이었던 아마추어 화가 요제프 멜러가 그린 베토벤이다. 베토벤은 이 초상화가 상당히 맘에 들었었던지 평생 그의 방에 걸어두었다 알려진다. 이 초상화의 베토벤은 총기가 가득한 눈을 지니고 있으나 매섭거나 괴팍해 보이지는 않고, 날카로운 콧날을 지니지도 않았다. 세월의 풍파를 지니며 베토벤의 인상이 변한 까닭도 있겠으나, 청년 베토벤은 좀 더 친근하다. 오늘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은 베토벤의 이런 이미지로 그려질 수 있는 바이올린 작품들이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작품들은 피아노 소나타, 교향곡, 현악4중주 등 다른 장르나 다른 편성에 비하여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왜 그럴까? 영웅적 서사, 인간의 고뇌, 숭고함 등의 내러티브로 베토벤 작품을 읽어내고자 하는 많은 시도들 덕분에 우리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고통과 절망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불굴의 작곡가 악성 베토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런 해석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작품들은 베토벤의 서사에서 비껴졌다. 하나의 이야기로만 베토벤을 만나기에는 그 속에 담을 수 없는 고귀한 작품들이 너무도 많은데 말이다. 비교적 초기에 작곡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두 개의 로망스(Op. 40, 50)나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들은 우리가 흔히 ‘베토벤답다’라고 말하는 작품들과 조금은 다른 결인 우아함, 아름다움, 유머가 담겨있다. 청년 베토벤의 패기도 담겨 있고, 동시에 섬세한 서정성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종종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피아노 소나타에 비하여 음악적 구조나 내용이 단순하다, 쉽다 라는 평가를 받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담지 된 바이올린과 피아노라는 다른 두 매체에 대한 개별적인 이해, 그리고 두 악기의 통합적인 사고가 반영된 내용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올린 소나타라 하더라도 피아노 중심인 모차르트의 전통으로부터 벗어나 베토벤은 두 악기를 대등하고 긴밀한 관계로 발전시켰다. 바이올린 소나타의 새로운 방향이 베토벤에 의해 설정된 것이다.

작품의 의미는 작품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는 우리들의 사고를 통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지금까지 우리가 그려 온 이미지가 아닌 또 다른 모습의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음악학자 이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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