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원으로 살아가기(2) - 주재원의 외국어 능력에 대하여
- seoultribune
- 1월 14일
- 2분 분량

“저도 제 영어가 부족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속 대사가 아닙니다. 영국에서 법인 설립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탄식처럼 내뱉었던 제 이야기입니다.
해외 신설 법인의 계좌 개설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습니다. 현지 은행과의 기존 거래 기록이 없으니 복잡한 절차를 하나하나 거쳐야 했고, 속도는 더디기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당시 법인장 내정자(훗날 제 상사)에게 설명해야 했지만, 부족한 영어 실력 탓에 말이 꼬이고 횡설수설하게 되었죠. 결국 상대방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말을 던졌고, 이미 스트레스로 가득했던 저는 울컥하며 이렇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네, 맞아요! 저도 제 영어가 부족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알아서 해석해서 들으세요!”
이후의 경험들 속에서 저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주재원으로서 외국어 실력을 키우는 과정은 단순히 언어 능력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그 언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 나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외국어는 완벽함보다 실용성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주재원이라 하면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 능력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해외 생활 경험이 없는 직장인도 업무의 필요에 따라 적당한 회화 능력을 갖추고 주재원으로 파견되곤 합니다. 저 역시 새벽 영어 수업으로 겨우 중급 수준을 유지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주재원으로 파견된 뒤에는 다양한 업무와 현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어 실력을 키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 때 마다 위축되곤 했던 제가, 5년 반의 해외 근무를 통해 현지인 매니저들과 함께 하는 회의를 주관하고 시니어들을 위한 외부 교육에 참여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어 실력 향상에는 “따라하기”가 큰 도움이 됩니다. 저의 경우 이탈리아 출신 법인장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다소 독특한 억양이 섞인 영어를 배우게 되었죠. 물론, 외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 파견된 이상, 어학 실력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키고 돌아오는 것이 스스로의 성장과 성취감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는 업무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 완벽함을 요구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영어로 대화할 때, 상대방은 기본적으로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배려를 하며 이야기를 듣습니다. 외국어 소통 시 핵심은 단어와 문법의 정확성보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명확히 전달되었느냐 입니다.
실용적인 수준이 아닌 더 고급스럽고 높은 수준의 표현을 구사하려면 보통 이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국어는 삶 속에서 배운다
언어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반영합니다. 내가 관심 없거나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대화는, 아무리 오래 해외에서 생활해도 이해하기 어렵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정원을 가꿔 본 적 없는 사람이 동료들과 정원 가꾸기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내용이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반면, 축구를 좋아해 프리미어리그에 관심이 많다면, 설령 사투리가 섞여 있어도 대화를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은 외국어를 빨리 습득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성공적인 주재원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은 언어적 완벽함이 아니라, 타인의 삶과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과 관심입니다. 이러한 태도를 바탕으로 타인과 어울리는 생활 속에서 외국어를 조금씩 배워 나간다면, 주재원 생활은 도전이자 성장의 즐거움을 안겨줄 것입니다.
강태윤
※ 필자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공군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외국계 IT 기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여 다수의 외국계 기업, 대그룹 지주회사 및 해외 자회사, 중견기업의 재무팀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글로벌 PE 한국 포트폴리오사의 CFO로 재직 중에 있다.
서울트리뷴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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