至愚齋: 스페인 에보라
- seoultribune
- 2024년 11월 19일
- 2분 분량
베자를 뒤로 하고 메인 도시로 꼽은 에보라로 향했다. 에보라로 가는 길은 이차선 국도라서 운전에 신경이 쓰였다. 지루하기도 했다. 에보라는 유투브 방송에서 호스트들이 칭찬에 마지 않던 도시였다. 베자에서는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에보라에 도착하니 주차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도시가 아니라 공영주차장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주차장을 찾아 이삼십 분을 돌다가 결국 거주자 우선 주차장에 차를 대기로 했다. 주위에 보니 주차요금기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차를 하고 요금을 지불하려고 했는데 기계가 먹통이었다. 기계 옆에 아저씨가 자기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 1유로를 보험료로 냈다. 찜찜했지만 어쩔 도리도 없었다. 앞의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주차장을 나가고 있었다. 나중에 체크아웃할 때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역시 성당을 첫번째 목적지로 삼아 에보라 대성당으로 향했다. 일단 유럽 도시에 가면 성당이 제일이다.
에보라 성당을 구경하기 위해 5유로의 입장료를 냈다. 지방으로 올라 가 보니 에보라 시내가 다 보였다. 넓게 펼쳐진 평지라서 아군이든지 적군이든지 숨을 곳이 별로 없어 보였다. 결국 성벽을 두고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중세 유럽의 전투였던 모양이다. 에보라 대성당을 뒤로 돌아가니 허물어진 로마 신전이 나왔다. 기둥만 몇 개 남아 있었지만 나름 신경을 써서 보존하고 있었다. 관광객들도 제법 많이 와서 사진을 찍었다. 로마의 영향이 포르투갈의 시골까지 미치고 있었다. 정말 로마는 거대한 제국이었다. 적어도 지배한 땅의 크기만 감안하면 그렇다. 한 군데 더 성당을 방문하고 에보라 방문을 마쳤다. 성당의 위치와 전시물은 이제 훤하게 알 정도로 많이 안다. 남는 의문점이 있다면 마리아를 그린 그림이 왜 그리 많은지, 예수를 그린 그림보다 많은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다시 한번 카톨릭에서 마리아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상점에서 산 포르투갈 와인을 맛 보았다. 맛이 프랑스 보로도 산에 못지 않다. 길을 다니다 보면 포도밭이 많이 보인다. 포도밭 옆에는 말라 비툴어지고 있는 풀이 무성하다. 잡초 가운데에서 포도밭이 덤성덤성 있기도 하고 넓은 광야와 같은 포도밭도 있다. 주위가 습기 하나 없는 건조한 환경에서 포도밭에 물을 어떻게 주는지 궁금하기 조차 하다. 프랑스 와인처럼 경사진 비탈에 포도를 심은 것도 아니다. 미국의 나파 벨리도 제법 비탈진 곳에서 포도가 자라고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포도는 우리나라처럼 논이나 밭처럼 평야에서 자라고 있었다. 테루와를 중요시하는 프랑스인 입장에게는 포르투갈의 와인은 명함을 내 밀기조차 어려울 듯 하다. 그러나 실제로 마셔보면 보르도 와인과 포르투갈의 와인의 맛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나의 입 맛이 고급이 아니거나 맛을 잘 보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동시에 토양이라는 테루와에 대한 환상이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 본다.
에보라로 가는 도로 옆에 캠핑 데스크로 보이는 간판이 보였다. 스페인에서는 찾아 보기가 힘든 간판이었다. 어렵게 찾아가니 시설은 그리 좋지 못했다. 두 가족이 시멘트로 만든 식탁에 둘러 앉아 요기를 하고 있었다. 햇반, 김, 고추장, 김치, 메추리 알 등을 꺼내어 점심으로 먹었다. 프랑스에는 고속도로 근처에 깨끗하게 마련된 식탁이 많은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그렇지 않다. 물론 고속도로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한 끼를 떼운 적도 있지만 샌드위치와 커피가 전부이다. 밥을 매일 먹는 것은 질리지 않는데 샌드위치를 매일 먹을 마음은 들지 않는다.
至愚齋
서울트리뷴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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